[Season 1] 기계치 일러스트레이터의 VR 비행 도전기
[Chapter 2] 타이탄 PC방 사장님
1. 라면 냄새와 드라이버
PC방 문을 열자 라면 냄새와 화려한 LED 광선이 눈을 찔렀다. 카운터 안쪽에는 숏컷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자가 드라이버를 입에 문 채 컴퓨터 본체를 뜯고 있었다.
“저기… 사장님?”
그녀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라면 주문은 키오스크 이용하세요. 자리 없으면 대기하셔야 돼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나는 쭈뼛거리며 쇼핑백에서 조종 장비를 꺼내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덜그럭.
둔탁한 소리가 나자 PC방 주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과 조종 장비, 그리고 내 품에 안고 있는 노트북을 빠르게 오갔다. 드라이버를 내려놓은 그녀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호오? 멋진 조종간이네요? 비행기 게임을 하려고요?”
“아, 네! 이걸… 제 노트북에 연결하니까 화면이 꺼져서…”
노트북 수리를 맡겼을 때 가끔, 타이탄 PC방을 이용했던 나는 도움을 바라는 심정으로 노트북을 내밀었다.
2. 예쁜 쓰레기 (Pretty Trash)
하지만 그녀는 노트북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물끄러미 내 노트북을 보고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손님. 지금 이 예쁜 쓰레기로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네? 예쁜… 쓰레기요?”
“이건 노트북이잖아요. 고사양 노트북이긴 하지만 내장 그래픽 카드로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겠다니 어림도 없어요.”
“그, 그럼 어떡해요? 큰맘 먹고 유튜브 가입해서 비행 교육을 신청했는데…”
울상이 된 나를 보며 티타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는 카운터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앞에 툭 던졌다. 컴퓨터 부품 카탈로그였다.
3. 활주로 공사부터 (System Requirements)
“일단 앉아요. 비행기 띄우기 전에 활주로 공사부터 먼저 해야겠네요. 노트북은 안 되고 게이밍 컴퓨터가 있어야 해요.”
그녀의 눈빛이 푸른 LED 광선에 비쳐 또 한번 번뜩였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 아니, 다짜고짜 조종 장비를 쇼핑백에 들고 온 엉뚱한 예술가를 보는 엔지니어의 애정 섞인 눈빛이었을지 모른다.
“컴퓨터를 새로 사야 하나요?”
나는 불가능하다는 질문을 그녀에게 던졌다. 그녀가 대답했다.
“아니요. 옵션을 타협하면 새 컴퓨터가 없어도 할 수 있어요.”
- [시즌1 프롤로그] 잿빛 캔버스 위로 튄 파란 물감
- 1장. 거대한 검은 덩어리
- 2장. 타이탄 PC방 사장님
- 3장. 나만의 조종간. (feat. 메타파일럿 대여)
- 4장. 비밀의 문 뒤에는 괴물이 산다
- 5장. 설치만 150기가? 인내심 테스트
- 6장. 유튜브 선생님과 과외 쌤, 그리고 VR
- [1교시] 나의 첫 번째 날개 (Control Surfaces)
- [2교시] 여섯 개의 눈 (The Six Pack)
- [3교시] 시동과 활주 (Start & Taxi)
- [4교시] 중력을 거스르는 힘 (Take-off & Climb)
- [5교시] 수평 비행과 트림 (Straight & Level, Trim)
- [6교시] 마의 구간, 착륙 (Landing & Flare)
- 7장. 가짜 하늘이 주는 진짜 어지러움
- 8장. 목에 깁스를 한 파일럿
- [7교시] 길 잃은 아이와 나침반 (Dead Reckoning)
- [8교시] 하늘의 보이지 않는 도로 (Traffic Pattern)
- [9교시] 구름 속의 산책 (Instrument Flying Basics)
- [10교시] 초록색 바늘을 쫓아서 (VOR Navigation
- [11교시] 신의 붓터치, ILS (Instrument Landing System)
- 9장. 단추 하나로 거인을 깨우다
- 10장. 보라보라섬의 실기비행 (Cessna 152 Checkride)
- 11장. “합격입니다, 카야 파일럿” (Final Checkride)
- [에필로그] 회색 벽에 걸린 파란 하늘, 그리고…
- [등장인물]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