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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4장. 비밀의 문 뒤에는 괴물이 산다

4장. 비밀의 문 뒤에는 괴물이 산다

[Season 1] 기계치 일러스트레이터의 VR 비행 도전기

[Chapter 4] 비밀의 문 뒤에는 괴물이 산다

1. 관계자 외 출입 금지 (Staff Only)

PC방 사장님이 직접 제작한 조종간과 반품할 쇼핑백을 들고 나가려는데, 티타 님이 나를 불러세웠다.

“잠깐만요. 무거운 거 들고 왔다 가기 전에, 진짜를 한번 보고 가시죠.”

“진짜요?”

티타 님은 카운터 뒤쪽에 있는 철문으로 향했다. 낡은 문에는 **‘STAFF ONLY /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붉은색 팻말이 붙어 있었다. 나는 라면 재고 창고나 장비실이겠거니 생각하며 그녀를 따라갔다.

티타 님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자, 철커덕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서 와요. 나의 **성역(Sanctuary)**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는 서늘한 공기 속에서 독특한 기계 냄새가 났다. 금속과 기름, 그리고 전자 회로의 냄새.

2. 방구석 격납고 (Home Cockpit)

티타 님이 벽면의 스위치를 올렸다.

탁, 타닥-

천장의 레일 조명이 순차적으로 켜지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곳은 창고가 아니었다. 작은 격납고였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에 거대한 **‘괴물’**이 웅크리고 있었다.

“이게… 뭐예요? 로봇이에요?”

그것은 단순한 컴퓨터 책상이 아니었다. 둔탁한 무광 회색으로 도색된 금속 프레임, 복잡한 계기판과 스위치들, 그리고 그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굵은 유압 실린더와 모터들.

오래전 영화에서 보았던 비행기 조종석이었다. 그녀는 **F-16 파이팅 팰콘(Fighting Falcon)**의 칵핏(조종석)이라고 했다.

“제 보물 1호예요. 실제 F-16 조종석 규격이랑 1:1로 똑같이 만든 **홈 콕핏(Home Cockpit)**이죠. 바닥에 모터 달린 거 보이죠? 비행 움직임에 맞춰서 시트도 같이 움직여요.”

3. 바이퍼에 오르다 (Boarding)

“한번 타볼래요? 비행 조종 장비를 들고 온 희귀한 고객님을 위한 특별 서비스.”

티타의 제안에 나는 홀린 듯 발 받침대를 딛고 조종석 위로 올라갔다.

“신발은 안 벗어도 돼요.”

조심스럽게 조종석 시트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생각보다 훨씬 좁았다. 양쪽 허벅지 옆으로 조종 장비가 나를 감쌌다. 정면에는 모니터와 VR 헤드셋이 놓여 있었고, 발밑에는 운동 기구 같은 묵직한 러더 페달이 솟아 있었다.

마치, 거대한 로봇의 심장 안까지 들어온 것처럼 조종석은 기묘한 안락함이 느껴졌다.

“자, 앞에 놓인 VR 헤드셋 쓰고 시동 겁니다. 시키는 대로 하고 놀라지 마요.”

티타가 외부에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웅- 윙-

갑자기 의자 밑에서 모터가 구동되는 진동이 엉덩이를 타고 전해졌다. 눈앞의 계기판(MFD) 화면들이 초록색 빛을 뿜으며 켜졌다.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제트 엔진의 날카로운 구동음이 귓가를 때렸다.

4. 풀 애프터버너 (Full Afterburner)

“스로틀 밀어요! 풀 애프터버너(Afterburner)!” 그녀가 외쳤다.

나는 왼손으로 조종 레버를 끝까지 밀었다. 화면 속 활주로가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콰아아아앙-!

화면 속 전투기 배기구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와 동시에, 내 몸이 뒤로 확 젖혀졌다.

“으흑!”

실제로 비행기가 가속할 때 몸이 뒤로 밀리는 **G-force(중력가속도)**를 흉내 내기 위해, 시뮬레이터 전체가 뒤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헤드셋의 화면과 결합한 내 뇌는 그것을 진짜 가속도로 착각했다.

“이제 조종간을 몸 앞으로 당겨요.”

기체가 하늘로 치솟았다. 시트가 덜컹거리며 상승의 진동을 만들어냈다. 몸이 조종간이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쏠렸고, 구름을 뚫고 지나갈 때는 미세한 덜덜거림까지 느껴졌다.

“이런 게… 진짜 전투기구나.”

나는 눈 아래 펼쳐진 공항과 하늘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발밑의 진동, 손끝의 저항감, 좁은 칵핏의 냄새. 비행기를 한 번도 조종해 본 적 없는 내가, 지금 이 순간 최초의 VR 전투기 파일럿이 됐다. 어쩌면 두 번째로.

5. 조종사의 세계로 가는 입장권 (The Ticket)

3분 같은 30분이 지났다. 비행 화면은 중간에 멈췄고 기체도 모터도 멈췄다.

“어때요? 할 만해요?”

티타가 씩 웃으며 헤드셋을 벗겨주었다. 잠시 공간감을 잃었는지 다리를 비틀거리며 칵핏에서 내려왔다. 심장이 가쁘게 뛰고 있었다. 방금 겪은 체험 비행의 여운이 너무 강해서, PC방 모니터 화면 속의 게임 풍경이 오히려 가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티타 님.”

“네?”

“저거… 얼마나 들었어요?”

내 질문에 티타가 폭소를 터뜨렸다.

“아이고, 벌써부터 눈이 너무 높아지셨네. 일단 경비행기부터 띄워보세요. 기초가 탄탄해야 나중에 전투기든 우주선이든 탈 거 아니에요?”

아까까지만 해도 비싸 보였던 쇼핑백 안의 조종간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그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극소수만이 사는 조종사의 세계로 가는 **‘입장권’**이었다.

“알겠어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꽤 흥분되네요. 언젠가는…”

나는 뒤를 돌아, 어둠 속에 다시 잠든 괴물을 힐끗 돌아보았다. 이름이 **‘바이퍼(Viper)’**라고 했다. 왜 독사지?

철문이 닫혔다. 내 가슴속 엔진은 이제 막 예열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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