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전 8시 50분, 출격 전야의 고요
<화면: 새로운 아침. 메타파일럿 베이스캠프 지하 격납고. 듀얼 모니터의 푸른 불빛만이 카야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어제의 허둥지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차분하게 계기판을 점검하는 그녀의 눈빛은 서늘하기까지 하다.>
“시장 분위기 기상리포터로 점검. 간밤에 나스닥 지수 양호, 외국인 기관 수급 들어오는 것 확인. 오늘의 영공은 맑음. 이륙 허가(Go) 조건 충족.”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1번 모니터 왼쪽의 시장 상황 창을 훑어봤다.
“RWR(조기 경보기) 점검 완료. 전일 거래대금 1,000억 이상 대장기 후보군 3개, 레이더 추적망에 장입.”
2번 모니터의 레이더의 감도를 조절했다. 그때,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들고 온 레이 쌤과 씨걸 교관이었다.
“카야 님. 오늘따라 조종복이 아주 잘 어울리네요. 긴장됩니까?”
레이 쌤이 커피를 건네며 물었다. 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커피를 받아 들었다.
“아니요. 어제까진 이 빨간색, 파란색 숫자들이 제 심장 박동수를 쥐락펴락하는 요물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제가 통제해야 할 데이터 값으로 보입니다.”
씨걸 교관이 휘파람을 불었다.
“우후~ 우리 쫄보 루키가 한달 만에 웬일이래? 뇌동매매 하다가 강제 이젝션 당할 뻔한 사람 맞냐?”
“교관님, 비행기 조종간 잡을 때 감정 섞으시나요? 100만 원으로 락온하고, 200만 원으로 쏘고, 기수가 꺾이면 300만 원으로 단가 낮춰서 이탈한다. 안 되면 -4.4%에서 자동 탈출한다. 전 그냥 식스뷰 T-600 훈련 매뉴얼대로 기계처럼 버튼만 누를 겁니다.”
2. 9시 정각, 철창 없는 전장의 문이 열리다
“훌륭합니다.”
레이 쌤이 내 어깨를 짚으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식 시장은 희망, 탐욕, 공포라는 인간의 나약한 감정을 먹고 자라는 괴물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 피 같은 자본은 공중 분해됩니다. 파일럿은 변덕스러운 챠트를 볼 때 자신의 감각이 아닌 계기판을 믿어야 살 수 있습니다. 오직 ‘식스뷰와 시스템’만을 참고해야 합니다. 카야 님은 이제 도박꾼의 티를 벗고 진짜 트레이딩 파일럿이 되었습니다.”
띠링-!
<화면: 정각 9시 00분을 알리는 알람 소리와 함께, 2대의 모니터가 미친 듯이 번쩍이기 시작한다. 수많은 기체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창공으로 솟구쳐 오른다.>
“개장시작했다! 와, 저기 관심종목 벌써 15% 쏘는데?! 지금 따라붙어?!”
씨걸 교관이 짐짓 흥분한 척 소리치며 나를 떠보았다. 하지만 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뗀 채, 팔짱을 꼈다.
“안 속아요, 교관님. 지금은 흙먼지 날리는 난투극 시간입니다. 9시 30분이 될 때까지, 그리고 저놈이 거대한 거래대금과 편대를 동반한 진짜 대장기인지 식별될 때까지 하루종일이라도 방아쇠엔 손도 안 댈 겁니다.”
“하하핫! 레이, 네가 루키 하나는 기가 막히게 키워놨네!”
격납고에 씨걸 교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레이 쌤도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9시 30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폭풍우가 가라앉고, 진정한 타겟이 레이더에 모습을 드러낼 시간. 내 잔고에는 완벽히 통제된 600만 원의 화력이 장전되어 있었다.
나의 칵핏, 식스뷰 T-600의 레이더망에 드디어 거대한 폭격기 하나가 포착되었다.
“타겟 락온. 교전을 시작합니다.”
[댓글 창]
@Meta_Rookie: 와… 카야 성장 속도 무엇? 어제 종이비행기에 풀베팅하던데 이제는 팔짱 끼고 오후 3시까지 기다린대 ㄷㄷ 놀랍다.
@SkyHigh99: “감정을 지운 기계”. 트레이딩 파일럿에게 이보다 최고의 극찬이 있을까. 나도 오늘부터 기도 매매 접고 시스템 매매 해보자. 난 100만원으로 20, 30, 50만원 무장운용 ㅎㅎ
@Seagull_Veteran: 야 카야, 멋진 척하더니 손에 땀 때문에 마우스가 번들거린다야 ㅋㅋㅋ 수료 축하한다!
@Trading_Ace: 이번 훈련은 진짜 찢었다… 쩐의 전장을 비행 전술로 이렇게 풀다니. 씨걸 교관님, 레이 쌤, 카야 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Part 2 실전 교전편 숨참고 기다립니다 훕!! 🚀🚀🚀




